2016.04.19
w. 유리
-
유독 태양은 환하게 내리쬐지 못한채 구름 뒤에 숨고, 멀리서 불어오는 차가운 겨울바람에 취할 듯한 그런 날이 있었다. 오늘 역시나 그것과 비슷하면서도 느낌이 전혀 달랐다. 마치 항상 같아보이나 매일 매일 달라지는 하루 처럼 말이다. 바닷가에 미동없이 서 있는 한 소년의 머리칼을 흐트러놓고 도망쳐 버리는 바람이 끈임없이 불어온다. 소년은 천천히 눈동자만 굴려 주변을 둘러본채로 멍하니 허공을 응시해본다. 이내 소금기 가득한 바닷 바람이 휘몰아침을 느껴버리곤 눈을 감아 버렸다. 이 바람은 분명 언젠가 만난적이 있다. 이제 잊어 버리고 싶은 어린시절 일까. 그날의 바람은 오늘과 같았다. 소년은 기억한다. 그 바람이 제 머리칼을 흐트러 놓고 감과 함께 데려간 소년의 소중한 사람들을 기억했다. 지금와서 생각해 보면 별 거 아니었으나 역시나 기억이라는 가면속에서 떨어져나온 죄책감이라는 파편은 소년을 절대로 가만히 내버려 두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소년을 스스로 미쳐가게 만들었다. 허나 소년은 알고 있었다. 제가 이상해 지고 있다는 것을. 생각해보라, 누가 항상 즐겁지도 않은데 웃을수 있을까. 지금은 너무나 훈련되어 버려 자동적으로 나와버리는 행복해 보이는듯한 햇살만큼 환한 미소와 즐거워 보이는 느낌을 주는 그 웃음은, 소년에게는 진실된 것이 아니었다. 감았던 눈을 천천히 뜨고 여전히 끈임없이 제 근처로 밀려오는 파도를 응시한다. 겨울의 바다는 차가울까. 눈을 뜨고서 바다를 눈에 담으며 소년의 머릿속을 채워버린 첫번째 생각 이었다. 허나, 여기서 큰 문제가 있음을 알기에 시도하지도 못할 헛된 생각이다. 절대로 이루어질수 없는 바보같은 진실.
" 하아.... "
나직히 숨을 내쉬어 보면 새하얀 입김이 흘러나와 주변으로 흩어져 내린다. 그것을 바라보며 소년은 또다시 훈련된 영혼이 담기지 않은 미소를 지어보였다. 그럴때면 언제나 귓가에는 바람이 말을 거는것만 같은 느낌이 든다.
[ 앞만 보지 말고 하늘 좀 봐 ]
[ 웃는게 좋은거야 ]
귓가를 웅웅대는 이 소리는 정말로 소년을 미치게 만드는 것일까, 아니면 소년의 헛된 망상일 뿐일까.그것이 어떠한 쪽이라 하더라도 소년에게는 아무런 상관이 없었다. 역시나 오늘도 그 보이지 않는 존재의 외침에 따라 천천히 고개를 들어올렸다. 동시에 시릴정도로 서늘한 바람이 불며 머리카락이 휘날려 눈앞을 가리자니 그저 미간을 찌푸리며 머리를 가벼이 흔들었다. 차츰 구름뒤에 쏙 숨어버린 태양이 지고 있는 것일까. 푸른빛이 가득 차올랐던 하늘은 천천히 구름이 개고 노을빛으로 물들어 간다.소년은 역시나 그것을 보고 또다시 웃음을 터트린다. 이 웃음이 마음에서 우러나온 웃음은 당연히 아니었으나 이런 시각에 바깥에 나와 노을빛으로 물든 하늘을 바라보는건 소년이 꽤나 좋아하는, 나름대로 고상한 취미였다. 하지만 옷을 그렇게 껴입은 것이 아니라 기온이 떨어져 가며 차츰 추워지기 시작하자 소년은 고개를 흔들고는 걸음을 옮기었다. 모래사장을 올라가 유독 바닷가 근처의 다른 집들과는 다르게 한쪽에 치우쳐진 집으로, 느리게 향하였다. 문고리를 돌리며 소년은 잠깐 뒤를 돌아보았다. 아직까지나 파도는 끈임없이 쉬지 않고 밀려온다. 집으로 들어가 제 방의 작은 침대 끄트머리에 주저앉아 또다시 허공을 응시하다가 한참만에야 뭔가 시끄러운 소리를 듣고선 고개를 돌려보았다. 언제부턴지 눈이 내리고 있다. 조용하던 바깥은 가로등이 켜지고, 옷을 대충 껴입고서 집 밖으로 뛰어와 감탄의 비명을 지르는 꼬마들이 보인다. 또, 그 아이들을 붙잡으려 잠옷차림에 신발도 제대로 신지 못 한 부모들이 뛰어다니는 아이들을 쫒아가며 소리를 지른다. 그 모습을 보며 또 훈련적인 의미없는 미소를 지어보였다. 그러다 문득 제가 주먹을 꾸욱 쥐고 있다는 것을 느끼곤 소년은 제 손을 내려다보았다. 이것은 무슨 감정 때문일까. 부러움인가. 질투인가. 아니면 두가지 다 인 것인가. 소년은 커튼을 쳐 버리곤 귀를 막았다. 언제나 괜찮은 척 했지만 괜찮지 않았다. 어린 아이들이 제 부모님 손을 꼭잡고 행복하게 까르르 웃는 것을 간간히 봐야할때도 겉으론 웃어도 속은 웃지 못했다. 지금 소년의 나이는 제멋대로 끼워맞춘 열 여덟살. 스스로는 이제 어른이라 생각했지만 소년은 아직도어린아이일 뿐이다. 상처받고 그 상처를 숨기며 웃는 가면을 쓰고 사는 겁쟁이같은 꼬마아이는 세상을속이고 지인들을 속이고 스스로를 속인다.
어느새 시간이 흘러 어둠이 깔린 하늘은 소년을 비웃기라도 하듯이 새하얀 눈이 흩날려 모든것을 덮어 버리고 있었다.
'1차 글 연성 > 자캐 '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자캐] 짧은 캐입 연성. (1) (0) | 2016.12.18 |
---|---|
[자캐] 커뮤 테마로그. 이 금호 ver. (5) (0) | 2016.11.20 |
[자캐] 이 금호 ver.(4) (0) | 2016.11.20 |
[자캐] 커뮤 테마로그. 이 금호 ver.(3) (0) | 2016.11.20 |
[자캐] 커뮤 하록. 이 금호 ver. (2) (0) | 2016.11.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