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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 글 연성/자캐

[자캐] 커뮤 테마로그. 이 금호 ver. (5)

2016.11. 17



w. 유리



2.





  산책이라도 할 겸 밖으로 나섰다. 시내를 이리저리 돌아다니다가 한 가게 앞의 인형 뽑기 기계를 지나쳐 간다. 문득 기계 안에 무언가와 시선이 마주쳐 발걸음을 멈추고 시선을 돌리었다. 작고 눈이 삐뚤어져서 아무도 관심 두지 않을 것처럼 생긴 곰 인형.  마치 나를 뽑아주세요 하는 듯 한 눈빛에 현혹되어 버린다. 지갑을 꺼내 가진 돈을 세어본다. 저것에 어느 정도 돈을 쓴다 해도 괜찮을만한 돈이 있었다. 내심 편한 마음으로 지폐를 넣고선 키를 잡는다. 이리저리 까딱이며 버튼을 누르지만  잡혔다가도 가는 도중 떨어지고, 기계손은 의미 없는 헛발질만 한다. 본의 아니게 승부욕이 생겨나는 기분이다. 한참을 인형 뽑기에 매달리지만 아무것도 뽑을 수가 없다. 돈을 더 넣을까 하다가 뒤에서 기다리는 사람의 인기척에 사과를 하며 옆으로 물러났다. 옆에서 구경해 보는데 감탄 밖에 나오지 않는다. 인형 두어 개를 연달아 뽑은 이는 전리품을 꺼내고 가버린다. 멍하니 서서 기계를 응시하다 헛웃음이 흐른다. 인형 뽑기에도 요령이 있다더니 진짜였구나. 쓸데없이 투자해 버린 돈을 계산해 보곤 한숨만 내쉰다. 이렇게 된 거 계속 도전하자는 마음으로 가진 돈을 바꿔 와서 뽑기를 시작한다. 역시나 별 수확은 없었지만 이미 불타오르는 승부욕이 꺼질 리 없었다. 어디 네가 안 뽑히나 내가 널 뽑나 한번 해 보자. 중얼거리며 열정적으로 키를 움직인다.
 한참을 매달려서 돈을 날리는 게 보기 안쓰러웠던 건지 손님이 없던 타이밍을 노려 밖으로 나온 편의점 알바생이 다가와서 이렇게 해보라고 알려준다. 자꾸만 황당함에 웃음밖에 나오질 않는다. 이제 가진 돈도 바닥. 뽑은 건 없다. 간신히 인형 뽑기 기계에서 손을 떼고서 제 손을 내려다본다. 아, 난 손재주도 없는 건가. 생각해 보면 애당초 손으로 하는 일에는 별로 재능이 없다는 사실이 떠오른다.  이 상황이 악기 연주를 못하는 사람이 나는 악기를 잘 연주한다고 자신감 보이며 아무 거나 눌러대는 상황이라고 생각했다. 그만큼이나 어이없고 바보 같은 상황이다. 자꾸 새어나오는 한숨을 꾹꾹 누르며 근처의 편의점에 들러 생수 한 병을 산다.  아까 충고를 해주던 알바생이 계산을 해주며  뽑았느냐고 묻기에 그저 웃으며 잘 안되더라고 말하곤 고개를 흔들었다.

 “ 운도 실력이에요.”

편의점을 나서다 뒤에서 들리는 알바생의 외침이다. 글쎄, 운도 실력이라면 내 운부터가 좋을 수가 없는데 말이지. 물을 들이키며 발걸음을 옮긴 곳은 또 다시 인형 뽑기 기계 앞이었다. 하아, 퇴적물마냥 미련이 쌓이고 있다. 다른 사람들이 뽑는 걸 한참 구경하다가 시간도 꽤나 흘러 자리에서 일어난다. 기계를 지나쳐 가며 힐끗 안을 보니 역시나 아무에게도 뽑히지 않은 삐뚤어진 눈의 곰 인형이 앉아있다. 내일 다시 올게. 손가락을 들어 인형을 가리키며 중얼거린다. 아무에게도 뽑히지 않기를 바란다. 별 다른 이유는 없지만 저 인형을 꼭 건져 올려야 한다고 내 직감이 말하고 있었다. 머리칼을 쓸어 넘기며 자리를 뜬다.

 오늘의 실패는 내일의 성공을 위한 계단이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