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 글 연성/자캐
[자캐/이안] 순간
카일렌
2017. 8. 31. 21:35
이안 탈렌 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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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 밖으로 보이는 풍경은 겨울이다. 아직 덜 녹은 눈이 곳곳에 쌓여있다. 허공을 감싸고 있는 시린 바람에 몸이 떨려온다. 집이라는 공간이 이렇게 춥지는 않으련만 지금의 이곳은 당연하다싶은 차가움이었다-.
라고 해봤자 어디에나 흔히 있는 이야기다. 한창 열정적으로 위세를 떨치던 신흥 귀족 - 지금은 말 뿐인 호칭이건만- 중 하나였던 우리 가문. 할아버지께서 물러나신 후로 아버지에게 넘어간 그 거창한 칭호와 재산은 주식에 과도하게 쏟아 붓느라 다 날려버렸다. 그 후 한 치의 망설임 없이 간단한 짐만 챙겨 어디론가 도피해버린 부모님. 주인이 떠나버리자 망설이던 고용인들역시 비싸보이는 물건들은 - 물론 지금의 가주는 나니까 내 허락하에 - 월급이라는 명분으로 챙겨서 떠났다. 그렇게 크고 시끌벅적하던 이 저택은 나와 동생들. 4명만 살기에 난방이고 뭐고 할 처지가 아니었고, 나 역시 돈을 벌고는 있지만 부족하다고 할 수밖에 없다. 집세, 전기세 등등 나가는 돈도 많은데 식비나 옷, 아직 호그와트에 재학중인 세명의 동생들의 교과서랑 교복만 해도 빠져나가는게 얼마나 많은지 원. 그나마 막내는 어려서 그런지 교복이나 옷 같은 건 물려 입혀도 큰 거부는 없으니 다행이다. 돈만 더 있었다면 막내 루이도 좋은 거 사 먹이고 입히는 건데.
몸이 두개였으면 돈 벌기에 조금 더 수월하지 않을까. 다행이도 친적 쪽에서 도와주는 손길이 있으니 아직까지 평탄하게 지내긴 하지만 방심할 수 없었다. 그래도 이제 학교를 졸업할 동생도 있으니까 수입은 조금 더 생길거야. 애써 희망차게 생각해보지만 기운이 나지 않는다.
팔을 문지르며 옷 한겹을 걸쳤다. 문득 애들은 어디 있나 궁금해져 방을 빠져나왔다. 마지막으로 봤던 서재로 가 보니 아직까지도 소파에 앉아서 체스를 하고 있는 걸 보니 피식 웃었다. 마법사 체스는 조금 과격한 것도 있고 체스말의 파편도 튀어서 밟았다간 위험한데 말야.
루이는 제이크와 오스카 근처에서 뭘 적고 있길래 궁금해져 뒤로 가 보았다. 체스 승패 횟수를 적은건가. 죽은 말 갯수. 깬 시간 등등 빼곡히 적혀나가고 있었다. 오스카가 압도적으로 이기고 있구나. 하긴 지금도 오스카는 여유로운데 제이크는 조금 분주한 티가 난다. 그래도 제이크는 이런 보드 게임에 머리를 쓰는 것 보단 직접 움직일 때나 머리를 잘 쓰니까 어느쪽이래도 래번클로 다우려나. 이런 작은 복작거림도 나쁘지 않다. 우리끼리래도 잘 살면 되지.
그런 소란을 깨고 전화가 울렸다. 순간, 방 안의 모두가 행동을 멈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