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 글 연성/자캐

[자캐] 커뮤 테마로그. 이 금호 ver.(3)

카일렌 2016. 11. 20. 12:07

2016. 11. 02 

 

 

w. 유리

 

 

 

 

 

 

 

1.

 

 

 


- 거울속의 나



문득 시선을 돌리다가 작은 거울에 시선을 두었다. 이상하다. 거울에서 시선이 옮겨지질 않는다. 저도 모르게 침만 삼키며 천천히 걸어 거울 앞에 다가갔다. 거울에 비치는 내 모습, 얼이 빠져버린 것같이 흔들리는 눈빛과 마주한다. 멍하니 응시하던 중 천천히 어쩡쩡하게 올라가는 거울에 비친 얼굴의 입 꼬리. 이내 오른 손 역시 같이 딸려 올라와선 흔들린다.

 


 

“안녕...”

 

 

거울속의 나. 흔해빠진 바가지 머리에 흑갈색에 가까운 머리카락. 평범해 보이는 얼굴이 거울속의 저에게 인사한다. 바보 같아 보이지만 이렇게라도 안하면 말을 할 상대가 없는 것이 진실이었다. 이 텅 빈 집에서, 소년은 혼자였다. 가끔 친척들이 안부를 묻더라도 목적은 지극히 따분하게도 소년의 부모님이 물려주신 재산의 양도에 관한 문제. 그 일에 관련하고 싶지도 않고, 유난히 친절하게 태도를 바꿔오는 친척들은 소년이 아무것도 모르길 바랐다. 불행히도, 소년은 저 혼자 살아남을 만큼 나이도 먹은 지 오래고. 제가 어떤 상황에 놓여있는지도 잘 알고 있었다. 무튼, 거울속의 소년은 참 지극히도 아무런 감흥 없는 시선으로 제 얼굴만 뚫어져라 보았다. 이내 거울에 비친 얼굴이 의미 없는 미소를 지어 보인다.


“오늘도.,. 좋은 날씨야.”

 

 

글쎄, 구름이 잔뜩 낀 것이 좋은 날 같지는 않지만 마치 최면 걸듯이 여러 번 중얼거린다. 억지로 인식이라도 하듯이. 작게 심호흡을 하다가 무거워 지는 눈꺼풀을 느낀다. 아, 이런 때에 안자면 아침에 일어나면 백과사전 올려둔 거 마냥 피곤한데. 속으로 투덜거리면서도 지금 서 있는 곳에서 움직일 생각은 전혀 없었다. 이리저리 흔들리던 시선을 다시 거울로 돌려본다. 입은 웃어도 눈은 웃질 못하는 얼굴이 거울 속에 있다. 소년은 제 얼굴이라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았다. 마치, 거울을 보는 다른 사람을 거울을 통해 보는 느낌이었기에 말이다. 애초에 소년은 스스로를 느낀 적은 없었다. 그럴 필요도 없었고, 남에게 보이는 소년은 행복해 보여야 했으며, 철저하게 실제의 자신과 다른 ‘나’ 가 되어야 했다. 그런 것이 싫으면서도 소년은 그만 둘 수 없다. 이미 습관 되어 버린 것이었기에 그만 둘까 해도 이미 인식도 하기 전에 행동이 나와 버릴 뿐 이다. 결국 어떤 생각을 하더라도 바뀌는 것은 없다. 그것이 진실이다.

한 손을 뻗어 거울을 짚으며 천천히 눈을 감는다. 지금 여기 서 있는 나는 ‘나’ 일까.

무슨 말을 던져도 대답은 내가 입을 열지 않는 이상 나오지 않는다. 그 사실은 언제나 곁에 서 있다. 처음부터 잊어서는 안 되고 숨겨질 수도 없는 사실이다. 하늘 좀 봐. 오늘도 미소 짓기를 바랄게.


그래, 이 넓고 넓은 곳에서 갈 곳 없는 이 상황. 그것이 현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