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글연성/메이플스토리 연성

[단편] 호크아이의 어느 날

카일렌 2016. 11. 20. 12:01

2016. 10.26

 

 

 

 

 

 

w. 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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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이라 하기도, 정오라 하기도 어중간한 시각. 우리의 번개의 기사단장 호크아이는 이제서야 침대 위에서 미적거리며 잠을 떨쳐내는 중이다. 이불을 뻥 차며 일어나자마자 하던대로 아- 배고파 를 외치는데, 정작 들리는것은

[ 구구구-. ]

하고 울려퍼지는 비둘기 울음이었다. 이 황당한 상황에 멍하니 굳었다가 다시 입을 열어 이게 대체 뭐야를 외쳤건만,

[ 구구-구구구!!!! ]

날카롭게 울리는 비둘기 울음이 이것이 꿈이 아니란 사실을 입증해 줄 뿐이었다. 얼이 빠진채로 손을 들어 제 입술을 매만져보지만 역시 부리따윈 없다. 이 현실을 외면하려 제 목을 미친듯이 매만지다가 문득 떠오르는 기억 하나.

어제 저녁 오즈에게 놀러갔다가 ( 이리나를 찾으러 갔다는 것은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 것이라 믿는다. ) 오즈는 없고 테이블 위에 주황빛의 액체가 유리컵에 담긴 걸 음료수로 생각하고 홀랑 들이마셨는데, 설마 그게 문제가 될 줄은 누가 알았을까. 아니, 애초에 딱 수상한 액체가 있는데 음료수라고 찰떡같이 믿고 마셔버린 사람이 잘못이지만 말이다.

무튼 결론이 거기까지 나자 호크아이는 후다닥 방문을 박차고 나섰다. 이리뛰고 저리뛰다 간신히 약초를 캐고있는 오즈를 발견하고 달려갔다. 대체 그 액체는 뭐냐고 따지기 위해 입을 열지만,

[ 구구구-!!!!!구구구구구!!!!!!! ]

역시나 나오는건 비둘기 소리. 그 꼴을 보던 오즈가 화들짝 놀라 소리쳤다.

" 엑...! 호크아이 씨. 설마 제 테이블 위에 있던 거 호크아이 씨가 마신거에요? "

[ 구구!!! ]

황당한 얼굴로 저를 보는 오즈에게 호크아이는 후다닥 고개를 끄덕였다. 이내 오즈를 붙잡고 매달리며 불쌍한 척을 시작하였다.
그렇지만 오즈는 안타깝긴 하지만 절레절레 고개를 저으며 한숨을 쉬었다.

" 죄송하지만 저한테 이러셔도 못 도와드려요. 실패했던 약물이라서 버릴려던 건데 그걸 드셔버렸으니.... "

그 말에 호크아이가 벌떡 몸을 일으키며 항의하는 듯한 동작과 함께 외쳤다.

[ 구구구구!!!!!]

제 나름대로 그럼 난 어떡해라고 를 외친거지만 이 상황에 누가 알아들으랴. 금세 바닥에 쓰러져 좌절해 있는 호크아이를 물끄러미 내려다보다가 오즈는 슬그머니 자리를 이동해 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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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아무런 해결책도 찾지 못한 채 호크아이는 나무에 기대어 시무룩 하게 앉아있었다. 그런 모습을 보며 아직 사태를 모르는 미하일, 이리나, 이카르트가 한마디씩 던지기 시작했다.

" 웬일로 조용하군. "

" 그러게, 저 사고뭉치가 오늘따라 이상하네. "

" 사람이 죽을 때가 되면 행동이 바뀐다던데. "

[ 구구-!!!!! !]

이 말에 울컥한 호크아이가 본능적으로 이유가 있어서 이러는 거라도 외쳤지만 역시나 날카롭게 목청을 통해 울리는 비둘기 울음. 잠시 멍해진 세 기사단장들은 정신을 차리고 깔깔 웃음을 터트렸다.

" 음, 아무래도 정신병원을-."

" 쟤 정말 죽을 때 된건가, 비둘기 흉내가 그렇게 내고 싶었어? "

" 미쳤군. "

한마디씩 던지는 그들을 외면하며 호크아이는 슬픔에 잠겼다. 아, 잘생긴 내 목소리...


잠시 후 나인하트가 기사단장들을 불러모아 회의를 시작했다. 하나 둘 의견을 모으는 중 나인하트가 유독 오늘따라 조용히 구경하는 호크아이에게 시선이 닿았다. 그리곤 가볍게 말을 던졌다.

" 호크아이 군. 오늘따라 이상하시군요. "

이 말에 대답을 할 수도 없는 처지인 호크아이는 그냥 입술만 꾹 다문채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다른 기사단장들이 제각각 한마디씩 하기 시작한다.

" 뭐 잘못 주워먹었나보죠. "

" 쟤라면 충분히 그럴 수 있죠. "

" 죽을 때가 됐기에 저러는 걸지도. "

호크아이는 너무 억울한 나머지 뭐라도 말하고 싶어도 또 놀림을 당하고 싶지가 않아 주먹만 쥔 채 눈물을 흘렸다. 차자리 감봉 당하는게 나으련만, 오늘은 절대 잊지 못할 흑역사일 것이 분명했다.

회의가 끝나고 호크아이는 미하일과 이카르트에게 놀림거리가 된 채 이리 저리 치이다가 간신히 도망쳐 터벅터벅 지친 몸을 이끌었다. 오늘은 어디에도 가고 싶지가 않아 제 숙소로 돌아오자마자 그대로 침대에 털썩 쓰러져 잠에 빠졌다.

.
.
.

다음 날 아침.

" 으아아아아악!!! "

돼지 멱따는 소리 같은 비명과 함께 호크아이는 잠에서 깨어났다. 악몽이었는지 어제의 굴욕스런 일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별로 언급하기도 그런 꿈이었다. 거칠게 숨을 들이쉬다가 문득 호크아이는 제가 비명을 지른 것 과 비둘기 소리가 전혀 들리지 않는 것을 깨달았다.

" 어? "

아니, 드디어 내 잘생긴 목소리가 돌아왔어! 호크아이는 벌떡 자리에서 일어나 싱글싱글 웃음을 뛰며 제 목소리를 듣기에 바빴다. 이내 힘차게 자리를 박차고 뛰어나가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는데 참 평소처럼 시끄럽더라.

" 얏호!!!! 번개의 기사단장 호크아이 나가신다!! "

폴짝폴짝 신나게 뛰어다니며 소리를 지르는데 그 소리는 저 멀리서 서류를 검토하던 나인하트의 귓가에 닿을 정도였다.

" ..... 이 소음은...... "

미간을 찌푸리며 고개를 돌리곤 시끄러운 곳을 응시하던 나인하트는 한숨을 내쉬며 서류를 내려놓았다. 그리곤 바로 호크아이를 호출하고는 팔짱을 끼고 서서 저 멀리서 룰루랄라 해맑게 뛰어오는 호크아이에게 툭 내뱉었다.

" 호크아이 군. 감봉입니다. "
어젠 조용하더니 오늘은 언제나처럼 시끄럽군요. 이러다 소음공해로 신고가 들어올- 은 이미 몇 건 들어왔지만 말입니다.

그 말에도 불구하고 호크아이는 여전히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감봉 당하는 중에도 저러는 호크아이를 보며 나인하트는 순간 안색이 굳어버렸다. 평소같으면 감봉의 ㄱ 만 들어도 울고불고 난리칠 사람이 왜 오늘은 저렇게 해맑은걸까. 어제 기사단장들이 하던 얘기가 맞나보다. 사람이 죽을 때가 되면 행동이 바뀐다더니. 혼자 머릿속으로 고민하던 나인하트는 고개를 끄덕였다.

" 호크아이 군. 평소에도 안 좋으셨겠지만 오늘은 특히 머리가 안 좋아 보입니다. 쉬는 것이 어떻겠- "

" 아아, 난 매우 건강하니 안 쉬어도 된다구요!! "

나인하트의 말을 단박에 끊으며 거절해버리는 호크아이. 그러나 나인하트는 제가 특별히 쉬라고 했음에도 불구하고 일 하겠다고 저러는 모습을 보며 단단히 미쳤구나 하고 생각했다. 이내 뭔가 결정한건지 호크아이에게 손짓을 해 가까이 온 그를 쇠사슬로 친히 묶어주셨다. 풀어달라고 바둥대는 호크아이를 무시하며 나인하트는 남은 서류를 검토하기 위해 조용한 곳으로 자리를 옮겼다.

뭐, 그렇게 오늘도 에레브는 평화로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