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 글 연성/글쓰기

[ 남겨진 것]

카일렌 2017. 7. 5. 19:05



-

 느닷없이 쏟아져 내리는 비에 사람들이 황급히 자리를 뜬다. 서둘러 가방을 챙기는 폼을 보니 우산을 챙긴 사람이 별로 없어 보인다. 텅 비어가는 해변을 적셔나가는 빗물 사이로 흐릿한 형체가 위태롭게 바람에 흔들린다. 조금 관심이 쏠리는 것을 느끼며 자세히 바라보니 새것 같아 보이는 검은색 우산이 놓여있다. 비가 그치면 주인이 찾으러 오나 싶어서 본격적으로 창가 앞에 자리를 잡는다. 턱을 괴고 우산이 저기 놓여있는 이유를 생각해본다. 짐을 챙기느라 잊은 건지, 일부로 놓아두고 떠난 것인지 온갖 생각이 스쳐가지만 괜한 짓인 것 같아 고개를 내젓는다.
 문득 조용한 편의점이 느껴져 주위를 둘러보니 어느 새 잠시 들어와 있던 이들은 잡아놓은 숙소로, 차로 갔는지 텅 비어 가게에서 틀어놓은 작은 음악만이 흘렀다. 왠지 지금의 나 역시 해변의 우산과 다를 바 없다는 생각에 헛웃음이 새어나온다. 이런저런 생각에 잠기다 보니 소나기였는지 구름 속에 숨었던 해가 나오기 시작한다. 이제 가야겠다 싶어서 자리에서 일어나는데 방긋방긋 환한 미소를 담은 아이가 덜 마른 해변을 달려가는 모습에 시선이 닿는다. 그 뒤를 느리고 여유로운 걸음으로 걸어가는 노부부에 혹시 하는 기대가 피어오른다.  제일 먼저 도착해 들기 벅차 보이는 우산의 손잡이를 잡으며 자랑하듯 무어라 외치는 아이, 거리가 멀어서 잘 들리지 않아도 예상가는 외침에 키득키득 웃음이 나온다.
 자, 이제 우산은 주인의 품으로 돌아갔으니 미련 없이 떠나기로 한다. 빗물을 머금은 이 해변에 나를 남겨두고서, 시원한 파도가 부서지는 이 바다. 작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