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톰보이
*스포좀 있음.
*개인적인 해석 위주.
톰보이를 봤다.
영화를 시작하고 보니 머리가 짧은 아이가 나오는데 부모에게 '로레'라고 이름이 불린 순간부터 나는 저 애가 여자애라는 걸 눈치챘다. 로레의 스타일은 별로 이상하지도 않았고, 주로 입는 스타일 역시나 잘 어울렸다. 그런데 새로 이사 간 곳에서 스스로 여자라고 말하지 않아도 다들 외관만 보고 남자애겠거니 하고 대화를 하니 로레는 익숙한지 스스로를 미카엘 이란 이름으로 소개하고 그렇게 지내버린다.
그러는 동안 여동생 잔은 로레가 놀러가버리면 혼자 집에 외롭게 있는 모습이 보여진다. 잔 역시 어리다보니 혼자 놀기 싫어하는 행동이 많다. 그럼에도 로레가 잔을 데리고 친구들과 놀지 않던 것은 로레를 실수로 '언니'라고 부르거나 진짜 이름을 언급해서 다른 애들에게 불쾌한 시선을 받기 싫어해 서라고 짐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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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로레가 안타깝고 동질감을 느꼈다.
옛날에는 서양 동양 어디서든, 누구나 머리가 길었다.
하이힐, 팬티스타킹 등도 남자들도 당연히 입었다. 그러나 그 시대 남자들을 보고 저 사람은 여자다, 라는 반응이 있었을까? 당연히 없다. 그런데 왜 세월이 흐르고 머리가 짧다고 남자라는 고정관념이 박혔을까. 이건 생각의 문제다.
특히 미용실의 경우가 그렇다.
긴 머리는 삐뚤어지지만 않게 자르면 되니 쉬운데
가격을 비싸게 받고,
두상에 맞춰 쟐라야하는 짧은 머리는 어려운데
남자는 싸게 받는다.
남자는 직모던 곱슬이던 별 말 안하고 잘라주면서
여자가 짧게 해달라고 하면 머리가 직모라 뻗는다,
나중에 후회하고 다시 긴머리 하게 된다 등 말이 많다.
아무리 생각해도 자르기 힘드니까 만만한 사람에게만 그러는 느낌이 강해보인다.
내 머리를 자를 때만 해도 아직 배우는 중인 사람한테 단발까지만 잘라놓게 시키곤 더 자르기를 만류하다가 더 짧게 해달라 짜증을 내니 결국 잘하는 사람으로 바꿔서 잘라주던 게 잊히지 않는다.
저런 태도를 보기 싫어서 가위와 바리깡을 사서 대충 만져보면서 '아,여길 잘라야겠다!' 하면서 자르는데 편하고 괜찮다. 유튜브에 셀프로 하는 거 몇개 보고 대충 따라하면 잘 되더라. 잘 못 잘라도 어차피 자라니 상관 없다. 머리카락이란 그런 거다. 남의 시선 따위 신경 안 써도 되는 신체부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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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레는 미카엘이란 가명을 들켜 비밀을 지킬 것을 담보로 걸고 잔을 끼워 노는데, 무리 중 까만옷의 남자애가 동생을 울린 것을 알고 싸우게 된다.
이 부분에서 저 남자애가 참 이기적이라고 느꼈다. 자신이 먼저 밀어 다치게 한 사실을 말하지 않고, '미카엘이 자신을 때렸다' 라는 말만 부모에게 이른 것이다. 그래서 남자애의 어머니에게 로레만 괜히 혼나고, 주변에 여자인걸 알리게 되는데 여기서 로레의 어머니의 행동이 전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상황을 모른 채 로레만 혼내고, 원피스를 입히는 것이 보는내내 껄끄럽고 불편했다. 여자라고 무조건 치마나 원피스를 입어야 하는 건 아닌데, 로레 역시 별로 좋아하지 않는 옷을 왜 그렇게 강요를 할까.
나중에 까만옷 남자애가 다른 애들에게 동네방네 떠드는 게 좀 화가난다. 곧 이어 우르르 쫒아와서 남자인지 아닌지 확인 하려고 하는 게 정말... 더럽다고 생각한다. 로레가 이사를 자주 가던 이유가 저런 악질 애들 때문이라고 느꼈다. 결국 그 애들과 놀던 리사가 대신 확인을 하고...
저 장면이 참... 불쾌한 부분이라 생각한다.
그래도 마지막엔 리사가 로레를 미카엘로서가 아닌 로레로서 친해지려고 다시 이름을 묻는 장면으로 끝난다.
맨 처음 이름을 물을 땐 오해하고 남자 명사를 썼지만 마지막에 물을 땐 쓰지 않았다는 부분이 인상 깊다.
이것은 리사가 짧은머리,축구를 잘하는 새로 이사 온 아이를 남자-미카엘이 아닌 여자-로레로서 인정한다는 의미고, 로레 역시 자신의 스타일을 성별에 치우치지 않고 인정 받았다는 의미이니 마지막의 이름을 묻는 장면에서 씨익 웃었다고 생각한다.
이 영화를 보고 느낀점은
머리가 짧아도,
축구를 잘 하는 것도,
무슨 색을 좋아하는 것도 어느 한 성별만의 것이 아니다.
그 어떤 모습의 나는 '나'다.
성별을 가릴 수 있는 것은 정해져 있지 않다.
내가 좋아하는 것은 나의 취향일 뿐 인데
특징을 놓고 성별을 가르는 것은 잘못된 태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짧은머리는 남자, 긴 머리는 여자,
파란색은 남자, 빨간색은 여자 라는 편견이 가득하다.
현실만 해도 짧은 머리를 한 나에게
-쟤는 남자애에요?
그런 질문을 하는 이유는 무의식이 여자인 걸 어느정도 눈치챘지만 머리가 짧으니 이상해서 묻는 이유가 50%
정말로 분간을 못해서 물어보는 것 50% 라고 생각한다.
어떤 의도래도 둘 다 듣기 썩 좋지 않다.
'머리가 짧은 애네.' 정도의 생각으로 끝난다면 모를까.
머리 길이로 성별을 짐작하는 인식은 언제쯤 바뀔까?
나는 수건으로 대충 물기만 털어도 빨리 마르는 짧은 머리가 정말 좋다.
그럼에도 나는 짧은 머리를 한 내가, 짧은 머리를 한 여자애들이 남자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는 그저 짧은 머리를 편하게 생각하는 사람이다.
그래서 영화의 감독이 한 말 중
"나는 이 영화를 다층적으로 만들었습니다. 트랜스젠더인 사람도, 이성애자 여성도 이건 나의 어린 시절이라고 말할 수 있도록요. 이 영화는 연대를 만들어내고 저는 그 지점이 자랑스럽습니다."
에서 '이건 나의 어린시절이라 말할 수 있도록' 이라는 부분을 이렇게 생각한다.
'좋아하는 축구를 하며 뛰노는, 땀이 나서 덥다는 이유 등의 상의 탈의. 남자아이들은 당연히 누리던 평범한 자유를 즐길 수 있던 로레와, 그것을 지켜보았지만 성별의 고정관념에 잡혀 그러지 못한 잔, 리사들이 어른이 된다면 그 시절의 자유롭던 로레를 부러워 할 것이다. 그러나 당시의 어린 '나'는 나 자신을 드러내지 못했다. '
를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나는 로레가 여자로서 자유롭게 무언가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엔딩이라고 생각한다.
이번 영화 톰보이는 여러방향으로 생각을 많이 하게 해서 재밌게 느껴진 영화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