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나는 보리
관람한 날 19 11 01 토요일.
* 약간의 스포 있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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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제 첫날. [나는 보리] 라는 영화를 보러 갔다.
청각 장애인 부모, 남동생 사이에서 혼자 청인인 초등학생 주인공의 이야기였다. 무슨 영화인지 모르고 보러 갔다가 팸플릿에 쓰여 있는 내용을 보고서 든 생각은 ‘이걸 주제로 영화를 만들다니, 신기하다’ 였다. 청각장애가 영화에 나오는 걸 제대로 본적이 없기도 해서였다.
영화를 시작하기 전 이런 저런 설명을 해 주시던데 후반에 감독과 주연 배우가 올테니 감상 후 약간의 질문을 받는다고 할 때 나도 질문을 해볼까 싶은 짧은 고민이 스쳤다.
영화가 시작됐고, 확실히 내가 사는 동안은 본 적 없는 주제였다. 청각 장애인을 두고 벙어리다 뭐다 ( 이 부분을 잘 못 알아들었지만) 대놓고 욕하며 바가지를 씌우던 가게 주인을 볼 때 든 생각은, 후전적으로 청각장애가 생긴다 해도 상대의 말이 들리지 않는 이상 말을 알고 있어도 말하지 못하는 부분이 이해가 갔고, 장애가 있다고 뻔뻔하게 바가지를 씌우는 모습이 속상했다.
거기다가 초등학생이어서 그런지 청인인 주인공이 아침 일찍 어디론가 달려가 자기도 소리를 잃었으면 좋겠다고 (청각장애인이 되길) 비는 모습을 봤을 때는 조금 왜 그래야만 하는 걸까? 생각을 했지만 가족들 사이에서 혼자 다르다는 것이 불편했을 것이다. 수화를 쓰는 가족들 3명 사이에서 유독 혼자만의 소외감을 느끼는 주인공의 모습이 나올 때는 확실히 이해가 가는 부분이었다.
나 역시 누군가의 옆에서 대화를 듣다가 못 알아듣는 부분이 있을 때 대화가 끝난 후 무슨 얘기를 했는가 다시 물어보면 ‘너는 알 거 없다’ 며 대화에서 나를 제외하는 부분을 겪어봤기에 꽤 신경을 썼구나 싶었다.
그리고 여기에서는 주인공의 남동생을 의사에게 상담 받고 인공와우 수술을 시키려는 고모 와, 약간의 사고로 안 들리는 척하던 주인공이 수술을 하고 나면 남동생이 좋아하는 축구를 못한다는 사실을 가족들에게 알릴 때는 좀 오글거렸다. 그렇지만 조금 이해가 되지 않는 대사가 있었다. 축구를 못한다는 부분은 확실히 수술을 하고 나면 공 같은 것에 머리를 맞으면 안 되기 때문에 맞는 말이다. 그 다음으로 이어진 “수영도 못 한다” 라는 부분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기계를 끼고 수영을 하면 당연히 안 되지만 빼놓고 하면 충분히 할 수 있는 부분인데 왜 저런 대사가 나오게 된 것일까?
결국은 마지막엔 주인공이 어떤 마음을 다잡고서 끝났던 걸로 기억한다. 본 지 일주일 넘어서 느낌을 쓰려니 인상 깊게 봤던 부분 빼곤 잘 기억이 안나서 아쉽다.
끝난 후 불이 켜지고, 감독님과 주인공, 주인공의 친구 역할을 한 배우들이 왔다. 인터넷에 영화를 검색해보고 주연 배우들이 초등학생 나이 인거로 알게 됐는데, 속으로 내 나이랑 비교를 하면 귀엽더라. 다만 키로만 보면 저 애들이 나를 갑으로 생각하겠지 싶어서 조금 웃겼다. 질문 타임이 시작되고 나는 한참을 이런 질문을 해도 되나? 머리로 생각만 하며 망설였다. 다른 사람들도 조금 망설이듯 생각하다가 하나 둘 질문이 나오기 시작하는 걸 들어보다가 제대로 알아듣지는 못했지만 내가 묻고 싶던 것과 비슷한 질문이 있는 것 같아서 결국은 가만히 있었다. 기억에 남는 대답은 역시나 잘 알아듣지 못했지만 바가지 씌우는 가게 부분이 감독님의 부모님(?) 실화라는 대답이 인상적이었다. 그래서 이런 주제를 가지고 영화를 만드셨구나. 내가 묻고 싶던 질문도 먼저 해볼 걸 그랬나, 조금 후회가 되지만 나는 한참 생각을 하고 대답을 골라 하는 타입이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글을 쓸 때도 어떤 주제를 생각을 하고, 글을 쓰고, 몇 번 읽어보고 고치는 것처럼.
내년에? 제대로 개봉하는 영화라고 하던데 솔직히 시간만 많았다면 질문을 할 걸 그랬나보다. 개인적으로 묻고 싶었던 것들은 ‘청각장애를, 그것도 흔히 아는 보청기가 아닌 인공와우를 주제로 한 것이 신기하다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하셨나’ 인데, 이건 위에 적은 감독님의 경험 부분 을 듣고 포기한 질문 1 이라서 기회가 또 있어도 안 할 것 같다. 두 번째도 위에 적은 ‘수영도 못한다. 는 부분의 대사를 넣은 이유가 궁금했지만 별로 깊게 파고드는 질문은 아닌 것 같아서 마찬가지 하지 않았다.
내 용기가 부족해서, 사람들이 나를 쳐다볼 시선이 두려워서 질문도 못했지만 평소엔 나서기 싫어서 하지도 못한 생각이라 질문을 해보고 싶다는 마음을 품은 것부터 천천히 더 자신감 있는 인간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조금... 애들이 어려서 어린애들 마음, 태도는 잘 표현 한 것 같지만 조금 우는 연기는 미안하게도 억지로 우는 것처럼 보여서 조금 아쉽다. 그렇지만 아직 어린 만큼 그럴 뿐이니 앞으로 더 많은 영상물에 들어가 자연스러움이 살려진다면 멋진 연기를 보여줄 것 같다.
라고 써봤자 연기 해본적도 없는 내가 할 말은 아니지만 말이다.
결론은 괜찮은 영화였다.